안녕하세요. 집에서 빈둥대며 넷플릭스에서 일본 영화 실종을 봤는데요. 후기 겸 해서 간단하게라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러면 뭐라도 남겠지 싶어서요..^^ 사실 본 지 꽤 됐는데 새해를 맞아서 좀 부지런해져 보고자 글을 써봅니다. 일본 연예계에 관심이 좀 있으시면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신 사토 지로 배우님이 친숙하신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 배우분에 대한 저의 인상은 굉장히 재미있으시고 귀여우신 분이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본 작품들에서 굉장히 코믹하게 나오신 적이 많으셨거든요. 특히 드라마 재판장님! 배가 고픕니다와 영화 은혼에서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아무튼 이 영화에서는 그간 제가 봐 왔던 것과 다르게 굉장히 시리어스한 역으로 열연을 하셨어요.
일본 영화 실종 스포일러/줄거리/결말/감상
넷플릭스에서 볼 작품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괜히 작품 목록만 돌려봤던 경험이 모두들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넷플릭스 화면을 켜놓고 이리저리 둘러보기만 하다 멍을 때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 실종의 짧은 장면이 자동 재생이 되더라구요. 바로 아빠 역의 사토 지로님과 딸 역의 이토 아오이님이 살짝 다툰 것처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는 아빠가 하는 실없는 장난에 분위기가 풀어지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의 호흡이 뭔가 느낌이 좋아서 영화를 바로 틀어서 보게 됐습니다.
살인 용의자를 길에서 본 것 같다는 말을 한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연락도 없이 사라진 아빠가 실종된 것 같다는 심증을 가지고 딸 하라다 카에데는 아빠를 찾기 시작합니다.
!!강력 스포일러!!
아빠 하라다 사토시는 루게릭 병에 걸린 아내를 매일 돌보는 간병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병에 걸린 뒤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아내가 매일 이런저런 고통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그 자신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하라다 사토시는 그만 죽여달라는 말을 하곤 하던 아내가 침대에서 목을 메어 자살을 기도하나 실패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합니다. 목에 끈이 걸린 채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를 하라다 사토시는 몇 초간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곧 정신을 차리고 아내에게 달려가 뭐 하는 것이냐고 어색하게 말을 걸며 일으켜 세웁니다. 그러나 아내가 자는 동안 아내의 핸드폰에서 그녀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 어서 빨리 죽고 싶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본 그는 자고 있는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차마 그러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두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하라다 사토시에게 접근한 것이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 분)였습니다. 그는 사토시의 이야기를 듣고 죽지 못해 사는 환자를 해방해 줄 것이라고 하며 사토시의 아내를 살해합니다. 야마우치는 사토시에게 마치 선의로 환자를 구제해 준다는 뉘앙스로 접근했었지만 막상 그는 공짜로 할 줄 알았냐며 사토시에게 돈을 요구하고, 힘든 사정에 돈을 지불한 사토시에게 야마우치는 돈을 돌려주며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자고 일을 제안합니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그들에게 접근해 돈을 받아 야마우치가 그들을 살해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죠.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하라다는 설득되어 그와 일을 함께하게 됩니다. 야마우치는 살인에 미친 싸이코패스였습니다. 시체가 발견되어 뉴스에 용의자로 보도된 야마우치를 보고 본인도 연루되어 있기에 위기감을 느낀 하라다는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전에 사토시, 야마우치와 만났지만 죽지 않았고 여전히 죽고 싶어 하여 다시금 연락이 온 트위터 유저 '찌르레기'씨를 야마우치로 하여금 살해하게 하고, 이후 본인이 야마우치를 죽이고 이것을 정당방위로 꾸며 자신은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게다가 찌르레기씨는 이번 일의 보수로 300만 엔을 약속했었는데 계획이 성공하면 이 돈을 모두 자신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꾸미는 과정에서 용의자로 쫓기던 야마우치와 자기 자신의 몸을 숨겼기 때문에 사토시는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야마우치를 죽인 후 본인의 배를 찌른 뒤 경찰에 신고한 사토시의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찌르레기씨가 죽여달라며 기어 옵니다. 눈앞에서 찌르레기씨의 모습에 아내의 모습이 겹쳐지며 결국 사토시는 아내의 얼굴을 한 찌르레기씨를 목 졸라 살해합니다. 경찰 조사가 끝난 뒤 땅에 몰래 묻어 둔 보수를 찾은 사토시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요? 찌르레기씨가 본인의 잔고 전액으로 준비한 보수는 빈 종이를 다발로 묶어 300만 엔으로 보이게끔 속인 6만 3천 엔이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이야기의 전개가 마무리될 즈음 영화 실종의 원제인 [찾다]를 다시 떠올리게끔 했던 것이 이야기의 결말 부였습니다.
아빠 사토시는 기대했던 보수 300만 엔은 얻지 못했지만 야마우치의 현상금 300만 엔을 받아 운영하던 탁구장을 다시 오픈했고, 가족의 평화가 돌아온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토시는 트위터로 또다시 자살을 원하는 유저와 연락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편히 가고 싶다는 유저와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은 사토시는 결국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딸과 탁구를 치게 됩니다. 딸과 탁구를 치며 대화를 나누는데, 딸이 자신과 엄마에 대해서 잊지 말라고 이야기를 꺼내며,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경찰이) 아빠를 데리러 온 것이라며 안녕이라고 합니다. 아빠가 만나기로 약속했던 트위터 유저가 바로 딸 카에데였던 것입니다. 이어지던 탁구 랠리는 멈춥니다. 아빠의 정체를 알고 있고, 아빠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며 "겨우 찾아냈다"라고 하는 카에데. 무거워진 분위기에 딸은 눈물을 흘리면서 영화의 초반부에 아빠 사토시가 했던 실없는 장난을 똑같이 반복하고, 아빠는 역시 울면서도 웃고 맙니다.
카에데가 장난을 친 후에 둘은 멈췄던 탁구 랠리를 다시 시작했으며 랠리는 엔딩크레딧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집니다. 사이렌 소리는 지나가는 경찰차 소리였으며, 계속 이어지는 탁구 랠리처럼 부녀의 연은 끝나지 않고, 아빠는 더 이상 트위터 유저들과 연락하거나 연관되는 일이 없이 살았다는 결말로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빠 사토시가 이 모든 일을 겪고도 자살하고 싶어 하는 유저와 연락을 시도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지만, 간병인으로서 고통받는 아내를 가장 가까이서 봐왔기 때문에 '환자를 구제한다'는 명목상의 야마우치의 주장에 정말 공감해서 그는 다시 트위터에 접속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생이 팍팍하다 보니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는 점점 피하게 되는데 우연히 넷플릭스 첫 화면에서 한 장면을 보고 재생하게 된 영화가 이렇게 무거운 내용일지는 몰랐지만 몰입감 있게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피폐하고 암울한 감정을 극대화해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었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자극적인 내용의 영화는 한 번 보면 기가 빨려서 재밌게 봐도 한 번 보고 그만두는 편인데, 글을 쓰기 위해서 한 번씩 장면들을 다시 돌려보니 기가 2배로 빨리기도 했지만 처음 볼 때는 놓친 감정선을 알아채거나 이미 줄거리를 안 상황에서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며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이제 두뇌 회전이 느려져서 두 번 봐야 제대로 소화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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